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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생활/공예

문화와 과학이 있는 집 이야기/ 3, 기후에 따른 다른 한옥의 평면 구성

<3> 남쪽은 '대청 마루', 북쪽은 '정주간'이 특

 

 

 

 

영화나 텔레비전에서 다른 나라를 소개할 때, 나라마다 색다른 모습을 하고 있는 집들이 먼저 눈에 띌 거예요. 어느 나라에서나 마찬가지로, 사람이 사는 집은 저마다 다른 자연과 사회ㆍ문화 환경에 따라 독특한 특성을 가지기 때문입니다. 우리 한옥도 마찬가지입니다. 온돌과 마루로 이뤄지는 특성을 가진 한옥이지만, 그 평면 구성은 지방마다 서로 다릅니다.

자연 환경 가운데 기후 조건에 따라 한옥의 평면 내용이 어떻게 서로 다른지 살펴볼까요?

 

 

 

▲ 남부 지방, '마루' 있는 한 줄 배열

 

우리가 잘 알듯이 집이 가지고 있는 중요한 기능 중의 하나는 바깥 환경으로부터 사람을 보호하는 것입니다. 어디에 봄 나들이 갔다가 비가 오거나 바람이 불면 서둘러 집에 가려고 하지요. 집은 추위와 더위, 그리고 비ㆍ눈ㆍ바람으로부터 사람을 보호해 주는 중요한 구실을 하거든요.

우리 나라는 여름에는 덥고 비가 많이 오며, 겨울에는 추운 날씨가 계속됩니다. 조상들은 이러한 기후에 대비할 수 있는 옷(한복)을 만들어 입었고, 또 집(한옥)을 지어 살았습니다.

 

경기도 용인 한국민속촌에 있는 북부 지방 농가의 모습.안채와 문간채ㆍ사랑채ㆍ광채를 ㅁ자 형태로 배치하여 바람을 막을 수 있게 했다.


 

 

 

 

 

 

 

 

 

 

 

 

 

 

 

 

 

 

 

 

우리 나라 기후의 특징을 보면, 여름에는 해안 지방이 내륙 지방보다 시원하고, 겨울에는 산간 지방과 북부 지방이 더 춥습니다. 따라서 무더운 여름 날씨를 견디기 위한 시설인 마루는 남쪽 지방의 한옥에 많이 나타납니다. 제주도 한옥에도 집 한 가운데에 마루가 있고, 남부 지방의 한옥에도 안방과 건넌방 사이에, 그리고 사랑채에는 넓은 대청 마루가 있습니다.

그런데 강원도 북부와 평안도ㆍ함경도 지방의 집에는 대청 마루가 없습니다. 평안도 지방의 한옥 안채는 부엌ㆍ안방ㆍ건넌방이 차례로 배열된 평면 구성이 가장 많습니다. 부엌ㆍ안방ㆍ대청ㆍ건넌방으로 평면이 구성된 남부 지방의 한옥 안채와 비교하여 보면, 평안도 지방의 집에는 큰 마루가 없습니다.(11일자 ‘집 이야기’②의 평면도 참조)

 

 

 

▲ 북부·산간 '정주간' 낀 두 줄 배열

 

남쪽 지방에서는 여름을 시원하게 보내기 위해 바람이 잘 통하는 대청 마루가 있지만, 평안도 지방은 그렇게 할 필요가 없는 것이지요. 이러한 현상은 기후 조건이 한옥의 평면을 구성하는 데 큰 영향을 주었다고 말할 수 있는 중요한 내용입니다.

함경도 한옥과 강원도 산간의 한옥에도 이런 현상이 두드러지게 보입니다. 함경도는 겨울이 길고 아주 춥기 때문에 방은 두 줄로 배열되어 있고, 부엌에는 정주간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우리 나라의 다른 지방의 집은 안방 옆에 대청 마루가 있고 그 옆에 건넌방이 있어서 여러 방들이 한 줄로 옆으로 차례로 배열되어 있는데, 함경도의 방은 집 한 채의 앞뒤로 나란히 방이 두 줄로 배열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배열은 추위를 막고(방한), 또 따뜻하게(방온) 하는 데 가장 적합하기 때문입니다.

정주간은 부엌과 안방 사이에 벽이 없이 부뚜막과 방바닥이 한데 잇닿은 곳입니다. 부엌에서 아궁이에 불을 때면 정주간 바닥을 지나 그 뒤에 있는 방들에 설치한 구들로 열이 전달되어 난방을 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정주간을 부엌에 만든 것은 추운 겨울에도 바닥이 뜨뜻하게 해서 거기서 집안일을 하도록 한 것이지요. 남부 지방의 대청마루와 비슷한 구실을 하는 공간이지만, 기후가 다른 탓에 있는 곳이 서로 다릅니다.

 

 

 

▲ 울릉도, 통나무 포개 '귀틀집' 지어

 

경북 울릉군 북면 나리 316-1에 있는 투막집(도지정 민속 자료 제57호). 1882년 개척 당시 울릉도 재래의 집 형태를 간직하고 있는 이 집은 일자집으로 지붕을 억새로 이었으며, 집 둘레를 우데기로 둘러쳤다.


 

 

 

 

 

 

 

 

 

 

 

 

 

 

 

 

 

 

 

 

 

 

우리 나라에서 눈이 가장 많이 내리는 곳 가운데 하나인 울릉도에도 마루가 있는 집이 거의 볼 수 없습니다. 추운 겨울을 이겨 내기 위해서지요. 울릉도의 집은 눈이 내려서 쌓인 무게를 감당할 수 있도록 통나무를 포개어 쌓은 귀틀집으로 지어졌습니다. 울릉도의 집들도 육지의 집들과 마찬가지로 마당에서 각 방으로 드나들도록 되어 있습니다.

방에서 방으로 가려면 처마 아래 마당을 거쳐야 합니다. 그럼 울릉도에서는 겨울에 마당에 가득 쌓인 눈에 막혀 옆 방에 갈 수 없을까요? 그런 일이 없도록 울릉도의 집에는 지붕 처마에서부터 바깥쪽으로 억새풀이나 싸리가지로 만든 벽인 우데기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이와 같이 우리 나라 각 지방의 집은 기후 조건에 따라 서로 다르게 방들을 앉혀 놓은 평면 구성을 하고 있습니다. 방들이 한 열로 배열된 집을 홑집이라고 하고, 함경도의 집과 같이 방들이 두 줄로 칸을 겹쳐서 배열된 것을 양통집 또는 겹집이라고도 부릅니다.

 

 

 

소년한국일보ㅣ 이 상 해(성균관대학교 건축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