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쓰는 사람 따라 다른 '채'와 '마당'으로 이뤄져
우리 나라의 집은 한옥이라고 하고, 민가라고도 많이 불립니다. 오늘은 한옥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여 우리 나라의 집에 관해 설명하도록 하고, 민가의 뜻에 대해서는 나중에 다시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 안채·바깥채·마당의 기본 구조
안동시 하회마을에 있는 서애 유성룡 선생의 종가 집인 '충효당'의 모습. 위쪽 정면으로 보이는 것이 안채, 맨 앞쪽이 행랑채, 가운데 오른쪽이 사랑채, 그 뒤쪽 좀 비스듬히 자리한 것이 사당이며 그 사이사이에 마당이 있다. /사진 제공=황헌만(사진 작가) |
한옥은 규모에 차이가 난다 하더라도 서로 비슷하게 배치되는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옥은 기본적으로 안채와 바깥채로 짜여지며, 살림에 여유가 생기면 한 채 한 채 건물을 더 늘려나가게 됩니다. 이렇게 여러 채로 배치된 한옥은 자연히 채와 채 사이에 마당이 생기게 마련입니다.
마당은 그 위치에 따라 저마다 이름이 있습니다. 안채에 있으면 안마당, 바깥채에 있으면 바깥마당, 사랑채에 있으면 사랑마당, 행랑채에 있으면 행랑마당, 안채 뒤에 있으면 뒷마당이지요.
조선 시대에는 유교의 예법에 따라 남성과 여성들은 나이가 차면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는 것이 허락되지 않았답니다. 특히, 여성들은 담 안에서 생활하며 바깥 출입을 함부로 못하도록 강요를 받았습니다. 그래서 할머니ㆍ어머니 등 여성들과 어린 자녀들은 안채를 주로 썼고, 어른이 된 남성들은 사랑채나 바깥채에서 거처하였으며, 행랑채의 주인은 하인들이었습니다.
안채에 있는 방은 안방이라고 하고, 거기에 지내는 어머니나 할머니는 안주인이라고 하였지요. 마찬가지로 사랑채ㆍ바깥채에는 주로 생활하는 할아버지나 아버지는 바깥주인이라고 하였으며, 바깥주인은 집안 밖의 일을 맡았답니다.
오늘날과 같이 남녀가 평등한 시대라면 여성에게도 당연히 사랑채가 있어야 하겠지요. 우리 선조들은 이런 배려도 했어요. 조선 시대에도 여성들의 사랑채에 해당하는 별당이나 안사랑채를 갖춘 집도 있었거든요. 이런 공간에 대해서는 앞으로 하나씩 소개할 예정입니다.
▲ 규모·지역 따라 ㄱ·ㄷ자 등 평면 달라
안채ㆍ사랑채ㆍ행랑채를 쓰는 사람들이 다르니, 거기에 딸린 마당의 쓰임도 다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안마당은 주로 여성들이 집안일을 하는 곳으로 활용되었고, 사랑마당은 바깥주인이 외부 손님을 맞이하는 곳이었으며, 바깥마당은 추수를 하거나 농사와 관련되는 허드렛일을 하는 일터였습니다. 한옥은 이와 같이 각기 용도가 다른 마당이 모인 공간으로 이루어졌습니다.
한옥은 여러 채가 모여서 이루어졌고, 채마다 용도에 맞게 방들이 배열되었습니다. 안채를 예로 들면, 부엌ㆍ안방ㆍ마루방ㆍ건넌방의 순서로 방들이 한 줄로 배열되어 一자형 평면을 이룹니다. 이렇게 방들이 배열되는 방식을 ‘간잡이’라고 해요.
그런데 경기도ㆍ충청도 등 중부 지방에서는 건물 평면이 ㄱ자 모양으로 꺾인 형태를 하고 있는 한옥이 많습니다. 이런 평면은 ㄱ자형 평면이라고 하는데, ‘곱은자집’이라고도 부릅니다.
중부 지방의 한옥은 안채가 ㄱ자형 평면이면, 안채 맞은편에 위치한 바깥채나 사랑채는 ㄴ자형 평면으로 이루어져 안채를 마주보고 있답니다. ㄱ자형 평면이 한 번 더 꺾인 형태가 되면 ㄷ자형 평면이 됩니다. 집의 규모가 크면 ㅁ자형ㆍ日(일)자형ㆍ用(용)자형 등의 평면을 한 것도 있습니다.
▲ 온돌·마루로 이뤄진 주거 공간
어떤 평면 형태이든 한옥은 한 가지 공통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것은 안주인이 생활하는 안채가 집에서 가장 안쪽에 자리잡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또한, 우리 한옥은 다른 나라의 집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평면 구성을 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곧 온돌과 마루로 이뤄진 것입니다. 온돌은 추위를 막기 위해 구들을 놓아 바닥을 데우는 난방 방식이고, 마루는 더위와 습기를 피하기 위해 바닥을 지면에서 떨어지게 해서 만든 건물 구조입니다.
이 둘은 춥고 더운 기후의 변화가 뚜렷한 한국에서는 계절에 따라 서로 다른 공간을 이용해야 하는 요구에 의해 결합된 주거 공간 형식입니다.
온돌과 마루로 구성된 한옥은 우리의 주거 문화를 다른 나라와 크게 다르게 만들었습니다.
그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신을 벗고 실내로 들어가게 한 것입니다. 신을 벗고 방에 들어가는 생활을 했기 때문에 우리 조상들은 항상 위생적이고 청결한 생활을 할 수 있었습니다.
이 상 해(성균관대학교 건축공학과 교수) ㅣ소년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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