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한지의 멋 |
| “ 선조들은 사람과 가축을 막론하고 한 생명이 태어나면 신성함과 소중함의 표시로 가장 먼저 대문의 금줄에 한지를 맸다..” |
인류문명에 큰 발자취를 남긴 한지의 진정한 멋은 한지가 바로 우리의 삶 그 자체라는 데 있다. 한지는 선조들의 삶과 생활의 지혜가 녹아있고 우리의 멋과 정서를 잘 드러내는 가장 한국적인 일상의 재료이기 때문에, 한국인으로 태어나 무덤에 들어갈 때까지 늘 함께하는 문화유산의 정수라 해도 손색이 없다.
예로부터 선조들은 사람과 가축을 막론하고 한 생명이 태어나면 신성함과 소중함의 표시로 가장 먼저 대문의 금줄에 한지를 맸다. 문고리 부분에 꽃잎 등을 넣고 창호지들 덧대어 멋을 부린 미백색 창호지문과 방풍용 문풍지, 자잘한 닥껍질이 운치를 더하는 벽지, 노랗게 윤택이 나는 콩댐을 한 장판지는 우리 주거문화의 백미였다. 돌상에는 장래 희망을 바라는 여러 물건들 중 으래 종이가 있었으며, 서책은 물론 제기차기와 연날리기 등 놀이 재료에도 한지가 빠지지 않았다.
| | 아이가 장성하여 혼기에 이르면 청혼서인 혼서지와 사주단자, 택일을 적은 문서가 당사자 집안끼리 오고갔으며, 이것 없는 혼인은 상상할 수도 없었다. 생을 마감하여 시신을 염할 때, 장래식의 만장과 저승길 노자인 지전으로 마지막 가는 길을 축도할 때, 제사상에 정성들여 쓴 지방과 축문을 올리며 이승과 저승을 화해시킬 때, 소지를 올리면서 소원을 기원할 때, 한지는 어김없이 우리 곁에 있었다.
| | | 여러가지 색한지
|
|
| “ 한지는 삶의 희노애락(喜怒哀樂)을 함께하면서 때로는 위로를, 때로는 소원을, 때로는 간청을, 때로는 약속을 위해 귀하게 쓰였던 것이다. 이럴진대, 한지가 우리의 삶 그 자체가 아니고 무엇이랴.” |
| 정도에 차이는 있었지만 신분의 높고 낮음에 관계없이 이 땅에서 태어나 자라고 혼인하고 죽는 그 수많은 나날 동안, 한지는 삶의 희노애락(喜怒哀樂)을 함께하면서 때로는 위로를, 때로는 소원을, 때로는 간청을, 때로는 약속을 위해 귀하게 쓰였던 것이다. 이럴진대, 한지가 우리의 삶 그 자체가 아니고 무엇이랴. 한지에 담긴 정신과 문화를 꼼꼼히 들여다보는 이라면, 한지가 살아 움직이는 종이라는 것을 절절히 깨달을 것이다. 통기성이나 습도 조절과 같은 친환경적인 특성으로 볼 때도 물론 한지는 살아 움직이는 종이이지만, 우리의 정신과 문화를 담는 가장 한국적인 그릇으로 스스로를 발전시키면서 우리 곁에 있었다는 것으로도 한지는 진정 살아 움직이는 종이인 것이다. | | 
한지공예품ㅣ 인류문명에 큰 발자취를 남긴 한지의 진정한 멋은 한지가 바로 우리의 삶 그 자체라는 데 있다. |
| |
|
|
집필 : 최태호(충북대학교 산림과학부 교수)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