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와 과학이 있는 집 이야기 /4. 특별한 한옥 너와집과 굴피집
<4> 산간 지대 사람들이 지은 특별한 한옥
너와집 - 도끼로 쪼갠 소나무·전나무 널판지 겹쳐 덮어
굴피집 - 굴피나무·상수리나무의 두꺼운 껍질로 지붕 이어
옛날에 가장 많았던 한옥인 초가집과 기와집은 지붕을 이은 재료에 따라 생긴 이름입니다. 초가집은 볏짚이나 밀짚ㆍ갈대로 이엉을 엮어 지붕을 인 집이고, 기와집은 지붕을 기와로 인 집을 말하지요. 초가집이나 기와집 말고도 너와집ㆍ굴피집으로 불리는 좀 특별한 한옥도 있어요.
▲ 빗물 샐 염려 없고 단열 효과도 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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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삼척시 도계읍 신리에 있는 굴피집(1978년 촬영). 참나무의 두꺼운 껍데기를 굴피라 하며, 소나무를 함부로 베지 못하게 한 뒤에 굴피집을 짓게 되었다. /사진 제공=황헌만(사진 작가) |
너와집이란 ‘너와’로 지붕을 인 집입니다. 너와는 소나무나 전나무 줄기를 배어 길이 40∼60 ㎝ 정도로 토막을 낸 뒤, 도끼로 쳐서 두께 4∼5 ㎝ㆍ가로 20∼40 ㎝로 쪼갠 널빤지를 말합니다.
너와를 만들 때는 반드시 도끼를 사용해야 합니다. 톱으로 자르면 너와가 쉽게 갈라지거나 나무의 섬유질이 파괴되어, 빗물이 새거나 잘 흘러내리지 않게 되기 때문입니다. 너와집을 강원도에서는 느에집 또는 능애집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초가 지붕은 보온이 잘 되도록 서까래 위에 흙을 깔아 이엉을 이지만, 너와 지붕은 흙을 쓰지 않고 너와를 직접 서까래 위에 길이의 3분의 1 정도씩 겹치도록 덮어나갑니다.
건조한 시기에는 마르기 때문에 너와와 너와 사이에 틈새가 생깁니다. 이럴 땐 방바닥에 누워 천장을 보면 하늘이 보이고, 밤에 반짝이는 별이 보이기도 한답니다. 이 틈새는 환기가 이루어지게 하고 연기도 빠져 나가도록 하는 중요한 구실을 한답니다.
비가 오면 너와 틈새로 빗물이 샐 것 같지요? 하지만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됩니다. 너와가 빗물을 먹거나 습기가 배면 곧 늘어나서 그 틈이 없어지거든요. 빗물이 새기는커녕 오히려 너와는 단열 효과도 커서 여름에는 집안을 시원하게 하고, 겨울에는 눈이 덮여 방안의 따뜻한 공기가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지요.
굴피집은 굴피나무나 상수리나무의 두꺼운 나무껍질로 지붕을 인 집을 말합니다.
▲ 오늘날 아파트 평면 구조와 비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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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계읍 신리의 너와집. 너와를 덮은 다음에 너와가 바람에 날리지 않도록 너와 위의 군데군데 무거운 돌이나 너스레라는 통나무를 처마와 나란히 얹고 지붕에 묶었다. |
너와집이나 굴피집은 화전민이나 산간 지대에 사는 사람들이 흔히 짓고 사는 집이었습니다. 그래서 너와집은 북한의 개마고원을 중심으로 한 함경도, 강원도 일대와 울릉도에 많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집들이 모두 슬레이트집으로 바뀌고 강원도 오대산과 설악산에 몇 채가 남아 있을 뿐입니다. 특히 강원도 삼척시 도계읍 신리와 환선굴로 가는 길가에 잘 보존된 몇 채의 너와집과 굴피집이 남아 있어 중요 민속 자료로 지정, 보호되고 있습니다.
깊은 산속에 세워진 너와집이나 굴피집은 짐승으로부터 사람과 가축을 보호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집 한 채에 살림에 필요한 모든 것이 들어와 있답니다. 집 한 채에 안에 방ㆍ마루ㆍ부엌ㆍ도장방(창고)ㆍ봉당(부엌 바닥)ㆍ외양간이 다 꾸며져 있어, 마치 오늘날의 아파트 평면과 비슷합니다.
이렇게 한 채에 여러 방들이 들어 있는 데도 절묘한 출입문 위치와 칸 나누기로 안방과 사랑방을 구분해 놓은 것을 보면 너와집을 지은 사람들의 슬기가 정말 돋보입니다.
너와집이나 굴피집 시설 가운데 요즘 보기 어려운 생활 도구들이 집 안팎에 마련돼 있습니다. 부뚜막 옆이나 벽에 진흙으로 작은 아궁이를 만들어 겨울 내내 불씨를 보관하던 화티, 온돌방의 외벽 구석, 방바닥으로부터 30 cm쯤 높이에 진흙으로 아궁이처럼 만들어 호롱불과 같이 실내를 밝히고 방을 따뜻하게 하던 한국식 벽난로, 페치카인 코클, 싸리로 항아리처럼 만든 식량 저장 그릇인 채독, 통나무 속을 파내어 만든 김치통, 물레방아 등이 있습니다. 코클은 정지와 봉당 사이의 벽에도 구멍을 내어 만들어 놓았습니다.
너와집에는 돌판으로 이은 것도 있으며, 이 때 쓰는 넓적한 돌을 너새 또는 돌기와라고 합니다.
소년한국일보ㅣ이 상 해(성균관대학교 건축공학과 교수)